나의 이야기/Diary2008. 11. 16. 15:26
  2008.11.16 일요일 맑음.

  무슨 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두마디로 표현을 못하겠다. 그냥 주저리 주저리 써볼까 한다. 무슨 글을 쓴다는 것이 아니라 주저리 주저리 말하듯이.
  난 컴퓨터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컴퓨터에 미쳐 살았었다. 게임이나 그런것도 좋아했었지만 그것보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좋아했었고 그러느라 친구들하고 많이 어울리지 않았었다. 컴퓨터를 접한게 교통사고 당하고 나서였는데 그 전에는 밖에서 놀기를 좋아해서 친구들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어릴때 다 뿔뿔이 흩어졌지만. 아무튼 그렇게 자라면서 내 나이 또래의 애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난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것만 하고 살았다. 공부할땐 공부하고 그게 아니면 게임방가서 게임하고 프로그래밍 공부하고 그랬다.
  난 영화관이나 노래방 그런 곳이 정말 가끔 날잡아서 가는 곳인줄 알았지 그렇게 막 "갈까?","가자"하면 되는 곳인줄을 대학교 와서 알았다. 그정도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냥 '난 프로그래밍 공부가 좋다.'라는 생각으로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하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된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그저 컴퓨터 앞에만 앉아왔다.
  그런데.. 이젠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아닌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무엇인가? 남들처럼 한창 움직일 나이에 세상에 부딛혀 보았는가? 정말로 '잘' 놀아 보았는가? 그렇다고 정말로 '공부만'했는가? 그 결과는 어떤가? 아무것도 자신있게 말 못하겠다. 친구들과 모이면 컴퓨터 이야기 말고는 할 이야기를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 컴퓨터 실력? 본인은 천재는 커녕 범인도 아니라고 본다. 남들이 쉽게 이해하고 쉽게 외우고 하는 것을 익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편이라서. 10여년의 세월을 투자한 것 치고는 아는 것이 너무 미약하고 부끄럽다. 더 가봤자 허세만 나올 뿐이다.
  차라리 내 나이에 맞게 컴퓨터 공부 보다는 놀게 될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다른 것을 할때는 또 그것을 하고 하면서 살아 왔으면 좋았을 것을... 컴퓨터 공부로 인해서 모든 것이 이도 저도 안되게 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까지 가다 보니 그동안 내가 해온 모든것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이다. 컴퓨터에 대한 신념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아직까지도 공부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이제까지의 나의 모습을 보고 컴퓨터를 포기하고자 한다면 지난 나의 모습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까지의 나를 부정하게 된다는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일 줄은 몰랐다. 질려버렸으면서도 버리질 못하다니. 그리고 미칠듯한 공허함도 느껴진다. 과연 내가 지금 남기고 있는것은 무엇인가?
  난 내가 내가 믿는 신념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공부하면서도 주위에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내 모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과에 내가 개인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 학점도 좋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나름 잘 해 나가고 있고 또 주위의 평판도 좋고 잘 어울린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하는가? 복잡하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컴퓨터 공부가 재밌으니까 컴퓨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내 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었다.
Posted by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