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Note2007. 9. 10. 01:28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내가 다니는 곳이지. 학교는 둘째 치고 과만큼은 내가 10년전부터 변하지 않고 쭉 원하던 과에 들어온 것이니 불만없다. 아니 오히려 행복하다. 만족스럽다. 이것을 위해 공부해왔고 또 프로그래밍도 공부하고 했던 거니까. 그래서 다른 동기들보다 기반지식도 많이 쌓여 있고 전공 수업도 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런데 요즘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차라리 나도 보통 동기들처럼 백지 상태로 이 과에 들어 왔다면..' 그러니까 C 언어 이런거 전혀 모르고 들어 왔었다면 지금 이 과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오히려 그게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딩? 지금 내 입장에서는 그딴거 대학 와서 배워도 충분하다. 지금 내 상태같은건 부질없다는 이야기다. 지금알고있는 지식이래봐야 잘쳐줘도 API 기본정도. 이런거? 투자만 하면 대학생활동안 충분히 습득 가능하다. 내가 군대 갔다 와서 복학했을때, 지금은 쩔쩔 매고 있어도 복학할때 쯤에는 나 따위는 상대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여학우들 많이 나오겠지. 남학우들은 뭐 원래 잘하고 군대 갔다 온다는건 같은 조건이니까 뭐.

  이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지금 동기들에게 부러운게, 나는 지금 학점보다는 오히려 프로그래밍 공부가 훨씬 흥미 있고 좋아한다. 대학 공부가 이것만 있는게 아닌데 거의 이쪽에 100% 투자하고 있고 그로 인해 지금 학점도 그리 좋다고는 못하니까. 차라리 아예 몰랐으면 그나마 학점이라도 잘 받아보자고 필사적으로 노력할텐데, 그러기에는 지금은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이쪽에 빠져 있다.

  차라리, 프로그래밍 실력 나중에 다 똑같아질거, 좀 떨어져도 학점 잘 받아서 좋은 대학원 가고 좋은 취직자리 얻는게 오히려 나중을 생각해서는 좋을거라는 생각이 더 드는데, 어차피 막장 IT업계, 프로그래밍실력보고 사람뽑나, 다 나중에 점수 보고 뽑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왠지 슬퍼진다는 느낌도 들고 이상하게 화가 난다는 생각도 들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컴퓨터 공부에 대한 회의나 후회감도 생기고 이런다..

  지금 이순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바꾸어도 늦지 않았을까?

Posted by 머리